[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10월20일 오늘의 시는 "황동규"의 “오래 기다린 하루” 입니다.
오래 기다린 하루
황동규
오래 참고 견딘 자의 참음이 끝날 때
친구 세상에서 홀린 듯 사라지고
대낮에 불현듯 촛불 켜놓고 싶을 때
나는 듣는다
꽃 피는 소리, 꽃나무들 뜰을 헤매이는 소리를.
남몰래 방황했다.
머리 사발의 물 사라져
창 위에 황홀한 성에를 그리고
그 성에 몇 차례 지워져
짧고 소란한 잠 올 때
나는 방황했다, 떠남도 없이.
오래 기다린 자는
보리라, 오래 기다린 하루를,
헤매이는 나무 줄기에
한없이 헤매이는 작은 벌레를.
그의 등에 과녁처럼 박혀 윤나는 무늬
그 무늬 위에 잠시 떠도는 광망(光芒)을
바흐의 무반주 첼로 사라방드를
제가(祭歌)의 속속들이를
정신이 끌고 다닌 모든 수레를.
[ACRANX 아크랑스]
Calr orff_ Carmina burana(Calr orff)
http://www.youtube.com/watch?v=_r6CVUQR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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