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밤 전화통화를 통해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최대화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한국이 계속 요구해온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해제한다는 데도 전격 합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두 정상의 통화에서 ‘대화’라는 단어는 없었다. ‘대화’가 사라진 자리를 ‘군사역량 강화’가 채웠다. 뒤이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5일 한국을 방문중인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사령관을 만나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군사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와 뒤이은 6차 핵실험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사드 임시배치, 한-미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 미국의 전략자산 공개 요청 등 ‘군사적 옵션’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 문재인-트럼프 두 정상의 통화를 계기로 한국은 38년 만에 탄두중량 500㎏으로 제한된 미사일 지침에서 벗어나 북한의 지하 군사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한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과 장거리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건 분명하다. 군사역량을 강화해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그런 면에서 당연하고 이해할 수 있다.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폭주하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행태를 보면, 이런 상황에서 메아리 없는 ‘대화’를 언급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하는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송영무 장관은 국회에 나와 “정부 정책과 다르지만, 북핵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군사적 대응만으로 해결될 수 없고, 궁극적으론 ‘대화와 협상’에 의해 풀려야 한다는 것 또한 우리가 피할 수 없고 외면해선 안 되는 현실이다. 현재의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것이 ‘대화와 협상’의 문을 여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역량 강화’ 합의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대화’에 관한 언급 자체가 아예 없었던 점에 우려를 갖게 되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지금 당장 북한에 제재와 압박을 가하더라도, 정부 내부적으론 대화와 협상을 위한 준비를 치밀하게 해나가야 할 것이다. 갈팡질팡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전략이 무엇인지도 헷갈리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먼저 중심을 잡고 미국을 견인해 대북 협상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정치권에서 외교안보 라인의 교체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청와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한겨레 사설_ 20170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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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RANX 아크랑스]
Vadim Kiselev_ Song to the World
https://www.youtube.com/watch?v=OVvyFnM0K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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