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2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강경 일변도의 군사 대응 카드를 꺼냈다. 연쇄적 군사 조처를 빠르게 쏟아냈고 전략폭격기 무력시위도 벌였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맞서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는 게 당연하지만 긴장 수위를 마냥 끌어올리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우선, 정부가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보관된 사드 발사대 4기를 경북 성주에 추가로 배치하기로 한 결정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하루 전만 해도 국방부가 10~15개월 걸리는 일반환경영향평가 계획을 밝혀 배치가 연기될 것으로 관측된 터라 더욱 갑작스러운 느낌이 든다. 이번 조처는 환경영향평가가 결국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로 하는 요식행위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울 수 있다.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그토록 강조해오던 정부가 왜 이렇게 서둘러 사드 추가 배치를 결정했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더구나 사드는 장거리용이 아니라 중단거리 미사일 요격용 무기체계다. 한국에 배치한 사드로 사거리 1만㎞에 이르는 북한 아이시비엠을 요격하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또한, 정부는 사드와 미국의 ‘글로벌 엠디(MD·미사일방어)’ 체계가 무관하다고 줄곧 부인해왔는데 북의 아이시비엠 발사를 이유로 사드를 배치한다면 사드와 엠디의 연관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될 것이다. 사드와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그간 논리와 태도에 비춰 이번 사드 추가 배치 결정은 너무나 성급하고 즉자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강경책에 치우진 군사 대응은 한반도에 짙은 먹구름을 부르며 위기를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 8월 말 연례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잡혀 있어 한반도 ‘위기지수’는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강 대 강 대결’로 치닫게 되면 우발적, 국지적 충돌이 한순간에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면적 강경 대응은 문 대통령이 야심차게 내놓은 ‘베를린 구상’ 등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을 일거에 휴짓조각으로 만들고 한국 정부의 주도권을 원천봉쇄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총탄이 비 오듯 쏟아지는 전면전 와중에도 물밑에선 접촉도 하고 대화도 하는 법 아닌가. 정부는 단기적으로 강경책이 불가피하더라도 한반도 평화·안보를 위한 전략적,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과 대화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 상황이 엄중할수록 여러 변수를 냉철하게 분석해 신중하게 대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ACRANX 아크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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