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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모래

사설 칼럼

by hitouch 2018. 3. 2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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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가 묘사한 강변 집 풍경이다. 김소월이 평안북도 사람이고 그가 이 시를 지은 해가 1922년이니, 아마도 그 무렵의 압록강이나 그 지천(支川)변의 모습이었을 게다. 그런데 압록강변만 이렇게 사람의 정서를 흔드는 아름다움을 가졌을까? 

강은 변덕스러운 자연물이다. 금빛 비늘 같은 햇살을 반사하며 잔잔히 흐르다가도 일순 사나운 물살이 되어 주변 땅을 집어삼키기도 한다. 강변의 한쪽 면을 계속 깎아내어 기암괴석이 모인 장관을 연출하기도 하고, 산 계곡에서부터 고운 흙과 모래를 끊임없이 실어 날라 쌓아두기도 한다. 그래서 강변 풍경은 하나가 아니었다. 넓은 모래밭이 있었는가 하면, 진흙밭 자갈밭도 있었고, 깎아지른 절벽도 있었다. 

서울 한강변의 풍경도 다채로웠다. 고운 흙이 삼베처럼 깔려 있어 삼개라 불린 마포(麻浦), 큰 돌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던 입석포(立石浦), 광활한 모래밭이 펼쳐져 있던 광나루 광진(廣津) 등. 특히 지금의 한강대교 북단에서 이촌동에 이르는 일대는 한강변 최대의 모래밭이었다. 여름이면 강수욕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겨울에는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1950년대에는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이촌동 강변에 수백 채의 판잣집을 짓고 모래와 자갈을 채취해 생계를 이었으나, 모래가 줄지는 않았다. 

1960년대 중반 이후 강변도로 건설과 강변 택지 조성 사업, 공유수면 매립사업, 한강 종합개발 사업 등을 거치면서 한강은 ‘자연’의 지위를 잃었다. 강변 풍경은 다채로움을 잃고 호안블록, 체육공원, 자동차 전용도로, 아파트 단지의 연속으로 획일화했다. 4대강 사업은 다른 강변들도 한강변과 비슷하게 바꿔 놓았다. 

한국의 강변은 이젤 앞에 앉아 그림 그리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희한한 강변이다. 이런 곳에서 마음에 ‘아름다움’을 담기는 어려울 터이다. 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이제는 ‘자연 보호 의무’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 전우용_ 역사학자 - 



[ACRANX 아크랑스]


조관우_ 엄마야 누나야

https://www.youtube.com/watch?v=vUsbNTA4m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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