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미국과 소련이 온 세계를 주물러댈 때,
중국의 저우언라이(周恩來) 수상은 코끼리 두 마리가 싸우면 풀밭은 결딴난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을 인용한 다음 번득이는 기지로 한 마디 덧붙였다.
“두 마리 코끼리가 싸워도 풀밭은 결딴나고, 두 코끼리가 사랑을 해도 풀밭은 역시 결딴난다.”
남진하는 대륙세력과 북진하는 해양세력이 부닥칠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위치이니
한반도는 아시아 대륙의 민감한 지대임에 틀림없다.
1905년 11월, 한반도를 둘러싸고 싸우던 코끼리 가운데 결국 승리한 일본은 대한제국과 을사늑약을 체결하였다.
풀밭은 참혹한 상황 속으로 침몰하였다.
1945년 2차 대전의 종식과 더불어 두 마리 코끼리는 사이좋게 한반도를 두 토막 낸 뒤
각각 입맛에 맞는 위성국가를 세워 제 세력권으로 편입시켰다.
풀밭의 분단이었다.
1950년 6월, 드디어 두 마리 코끼리 사이에 한 판 싸움을 붙었다.
풀밭은 박살이 나고 말았다.
언제나 한반도에는 여러 마리의 코끼리가 어슬렁댄다.
그들이 싸워도 풀밭은 괴롭고 그들이 사랑해도 풀밭은 또한 괴롭다.
이쯤에서 우리는 몇 가지 해묵은 질문과 다시 만난다.
풀밭은 노상 당하고만 살아야 되는지,
풀밭 속에 저들로 하여금 밟으면 다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줄만한 가시를 품고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닌지,
무엇으로 풀밭의 가시를 삼아야 되는지,
그 가시를 기르는 올바른 방법은 무엇인지.
- 뉴스제팬(newsjapan) 칼럼 중에서(200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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