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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라포드

아하, 그렇군요!

by hitouch 2017. 9. 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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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떠돌아다니며 먹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던 구석기시대부터, 바닷가는 먹거리를 구하기에 편리한 장소 중 하나였다. 조개는 동물이지만 사냥이나 낚시가 아니라 채집으로 얻는 식품이었다. 인간이 채집해서 먹고 버린 조개껍데기 덩어리, 즉 조개무덤은 우리나라 연안에만 500군데 이상 남아 있다. 

인간이 바닷가에서 조개를 채집할 수 있었던 것은 물과 뭍의 경계선이 주기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경계선도 일정하지 않았다. 큰 파도가 몰아치는 때에는 물이 집어삼키는 뭍의 권역이 크게 늘어나곤 했다. 물이 되었다가 뭍이 되었다가 하는 곳을 우리말로 ‘개’라 하며, 뭍인 동안에는 ‘갯벌’이라고 한다. 

‘개’는 채집에는 유리했으나 항해에는 불리했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첫걸음은 바다의 가장자리, 개를 지배하는 것이었다. 규칙적인 듯하면서도 심하게 변덕스러운 바다의 기세를 꺾기 위해서는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 뭍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시설이 필요했다. 

인류가 언제부터 방파제를 쌓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2천여 년 전 로마제국이 쌓은 방파제가 아직도 남아 있다. 우리 선조들도 삼국시대부터 방파제를 쌓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고려 말~조선 초에 배로 세곡(稅穀)을 운반하는 조운(漕運) 제도가 시행되면서 그 수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 바다의 거대한 힘에 맞서 오래 버틸 수는 없었다. 인류의 해상 활동이 급증한 18세기 이후 방파제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가 거듭되었다. 1949년, 프랑스 네르피크(Neyrpic)사가 중심에서 사방으로 뿔이 뻗은 형태인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테트라포드를 개발했다. 이 물건은 그 직후부터 전 세계 바닷가에 쌓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4년부터 특허료를 지불하고 이 물건을 생산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이 물건을 무더기로 쌓아둔 방파제는 4400여 개에 이른다. 현대는 테트라포드를 경계로 육지와 바다가 나뉘는 시대다. 

- 전우용_ 역사학자 - 



[ACRANX 아크랑스]

Tchaikovsky_ Piano Concerto No.1 in b flat minor, Op.23

https://youtu.be/ItSJ_woWn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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