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나 맹금의 발톱은 단박에 사냥감의 피부를 가를 정도로 강력한 무기다. 사냥감이 되는 초식동물들도 발톱과 발굽이 있기에 거친 산야를 내달릴 수 있다. 발톱은 살아있는 동안 계속 자라는 특이한 생체부위지만, 야생동물의 발은 늘 자연과 마찰하기에 발톱의 길이도 자연히 조절된다. 손톱과 발톱을 주기적으로 깎아줘야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는 동물은 인간과 가축뿐이다.
인간이 언제부터 손톱과 발톱을 깎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대다수 인간의 일상이 땅을 헤집거나 돌을 나르는 등 자연과 마찰하는 노동으로 채워지던 시대에는, 인간도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손톱 발톱을 깎을 이유가 없었거나 드물게 깎으면 되었다. 오직 노동에서 해방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자주 손톱 발톱을 깎는 사소한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간혹 긴 손톱은 특권과 존귀함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매니큐어의 애초 용도가 긴 손톱 밑에 낀 때를 감추기 위한 것이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손톱 발톱을 아예 깎지 않고 평생 살기는 어려웠다.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니 불감훼상이 효지시야’를 금과옥조로 알고 살던 조선시대에도, 손톱 발톱만은 깎았다. 사용하는 도구는 작은 칼이나 가위였는데, 손가락 발가락을 벨 우려가 있어 무척 조심해야 했다.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손발톱을 깎을 수 있는 손톱깎이 전문 도구는 1896년 미국의 채플 카터가 발명했다. 이 물건이 미국 특허를 얻은 것은 1905년이었고, 대중화한 것은 1947년 윌리엄 바셋이 트림(Trim)사를 창업한 뒤다. 우리나라에는 6·25전쟁 휴전 직후 미군 피엑스(PX)를 통해 유입되었다고 하는데, 오랫동안 ‘쓰메키리’(爪切り)라는 일본어로 불린 것으로 보아 일제 강점기에 도입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국산 손톱깎이는 1954년에 출시되었다.
인간은 오랫동안 ‘손톱 자르는 동물’이었고, 특히 현대인은 ‘손톱 깎는 동물’이다. 손톱깎이는 현대인이 자연과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물건이다.
- 전우용_ 역사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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