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평균수명은 30개월 남짓밖에 안 된다. 사람이 잡아먹지 않으면 20년 이상 살지만. 개의 평균수명은 15년 내외이나 개 식용 문화가 있는 지역에서는 조금 더 짧다. 그런데 사람의 평균수명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 60살에 맞는 환갑은 보통 사람들이 누리지 못한 것을 누리는 경사스러운 날이었다. 6·25 전쟁 전후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45살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대의 한국인들은 평균 80년 정도를 산다. 현대인의 두드러진 특징은 ‘오래 사는 것’이다. 현대인이 ‘오래 사는 사람’이 된 것은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들을 줄였기 때문이다.
인간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가장 흔한 것은 질병, 특히 세균으로 인한 질병이었다. 인간은 먹이사슬 제일 꼭대기에 있는 만물의 영장이지만, 그 최대의 천적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었다. 자연계에서 세균의 천적은 열과 빛인데, 열을 얻는 데에는 비용이 들었으니 가장 저렴한 살균제는 빛이었다.
채광과 환기에 불가결한 주택 구성 요소가 창이다. 하지만 인간이 집을 짓고 산 이래 빛과 바람은 한 묶음이었다. 빛을 받기 위해서는 바람까지 받아야 했고, 바람을 막으려면 빛도 막아야 했다. 겨울철 실내의 온기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빛도 차단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탓에 겨울철 실내는 세균의 온상이었다. 종이를 바른 동아시아의 창은 판자 창보다 조금 나은 정도였다.
1882년 외교고문으로 서울에 들어온 묄렌도르프는 자기 아내에게 쓴 편지에 “문틀에 모자가 닿는 것 말고는 불편함이 없다”고 썼지만, 그가 조선 정부에 처음 건의한 신사업이 유리 제조였던 것으로 보아 창에 불만을 품었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때의 유리 제조 시도는 실패로 끝났으나, 1902년 내장원이 러시아인 기사를 초빙하여 서울 청파동 뒷산에 세운 유리 제조장은 성과를 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유리창을 채택한 집은 계속 늘었고 판유리의 크기도 커졌다.
현대인은 겨울에도 실내에 햇빛을 들이는 사람들이며, 유리창을 통해 바깥을 보는 사람들이다. 유리창은 현대인을 ‘오래 사는 사람’으로 만드는 데에도 큰 공을 세운 물건이다.
- 전우용_ 역사학자 -
[ACRANX 아크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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