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4월4일 오늘의 시는 "나희덕"의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입니다.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나희덕
우리 집에 놀러 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 와.
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 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 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짐짓 큰 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조등하나
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리고, 그 불빛 아래서
너무 늦게 놀러 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겠지.
밤새 목련 지는 소리 듣고 있겠지.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그가 너무 일찍 피워올린 목련 그늘 아래로.
[ACRANX 아크랑스]
Chopin_ Nocturnes, Op. 27 No. 2 in D-Flat Major, Lento sostenu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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