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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흐르는 말” 입니다

오늘의 시(詩)

by hitouch 2023. 4. 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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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4월10일 오늘의 시는 "신철규"의 “흐르는 말” 입니다.

 

흐르는 말

               신철규

흐르는 물이 절벽을 만나면 폭포가 된다

떨어지는 말
낙차가 큰 말
바닥에 부딪쳐 으깨지는 말

생각 좀 하고 말해.

나는 생각을 하지 않고 말을 하고 있었나
생각을 덜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말이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면

불편한 사람은 생각이 많다
생각이 많아서 불편하다
비밀은 문지를수록 미끈거리고 거품이 나온다
혓바닥 위로 송충이가 기어가는 것 같다

생각 좀 너무 많이 하지마.

눈앞에 있는 사람을 위로할 때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비난하게 된다
없는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없기 때문에 생각한다
적의 심장에 빠르게 칼을 찔러 넣기 위해 인간은 오른손잡이가 되었을까

우리는 소문으로 들러붙고 비밀로 밀어낸다

우리 두 사람이 알 정도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일
우리는 소문의 끝이고 바닥
바닥에 고인 소문들이 부글부글 끓는다
범람하는 입과 밀봉된 귀 사이가 멀다

 

[ACRANX 아크랑스]

 

Camille Saint-Saëns_ Danse Bacchanale

http://www.youtube.com/watch?v=Sjn4z03Wet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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