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오늘의 시 “정말 그럴 때가” 입니다

오늘의 시(詩)

by hitouch 2018. 9. 6. 00:06

본문

[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9월6일 오늘의 시는 “이어령”의 “정말 그럴 때가 ”입니다.   



정말 그럴 때가 


                                     이어령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누가 "괜찮니"라고 말을 걸어도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노엽고 외로운 때가 있을 겁니다 


내 신발 옆에 벗어 놓았던 작은 신발들 

내 편지봉투에 적은 수신인들의 이름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이던 말소리들은 

지금 모두 다 어디 있는가 

아니 정말 그런 것들이 있기라도 했었던가 


그런 때에는 연필 한 자루 잘 깎아 

글을 씁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어제보다 좀더 자란 손톱에 대하여 

문득 발견한 묵은 흉터에 대하여 

떨어진 단추에 대하여 

빗방울에 대하여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ACRANX 아크랑스]


Fauré_ Après un rêve

http://www.youtube.com/watch?v=xtyWVrmQPwY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