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7월23일 오늘의 시는 “장석남”의 “여름숲”입니다.
여름숲
장석남
저만치 여름 숲은 무모한 키로서 반성도 없이 섰다
반성이라고는 없는 綠陰뿐이다
저만치 여름 숲은 城보다도 높이, 살림보다도 높이 섰다
비바람이 휘몰아쳐 오는 날이면 아무 대책없이 짓눌리어
도망치다가,
휘갈기는 몽둥이에 등뼈를 두들겨맞듯이 휘어졌다가 겨우,
겨우 펴고 일어난다
그토록 맞았어도
그대로 일어나 있다
진물이 흐르는 햇빛과 뼈를 익히는 더위 속에서도 서 있다
그대로 거느릴 것 다 거느리고 날 죽이시오 하듯이
삶 전체로 전체를 커버한다 조금의 반성도 죄악이라는 듯이
묵묵하다
그건, 도전 以前이다
그래도 그 위에 울음이 예쁜 새를 허락한다
휘몰아치는 격랑 위의 작은 가지에도 새는 앉아서 운다
떠오르며 가라앉으며 아슬아슬히 앉아
여름의 노래를 부른다
새는
졸아드는 고요 속에서도 여름숲을 운다
城보다도 높이, 살림보다도 높이
여름을 운다
[ACRANX 아크랑스]
Franz Liszt_ Ständchen(Khatia Buniatishvi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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