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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길 위에서” 입니다

오늘의 시(詩)

by hitouch 2018. 12. 1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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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12월10일 오늘의 시는 "나희덕"의 “길 위에서” 입니다. 

 

 

길 위에서

 

                                          나희덕

 

길을 잃고 나서야 나는
누군가의 길을 잃게 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개미를 기억해내었다
눅눅한 벽지 위 개미의 길을
무심코 손가락으로 문질러버린 일이 있다

 

돌아오던 개미는 지워진 길 앞에서 두리번 거리다가
전혀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제 길 위에 놓아주려 햇지만
그럴수록 개미는 발버둥치며 달아나 버렸다

 

길을 잃고 나서야 생각한다
사람들에게도
누군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냄새 같은 게 있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인연들의 길과 냄새를
흐려놓았던지, 나의 발길은
아직도 길 위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ACRANX 아크랑스]

 

JinDo Ariran_ Piano(In Dminor)
http://www.youtube.com/watch?v=xuEvKUmQ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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