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한자어 점심(點心)은 낮에 끼니로 먹는 음식 일반을 뜻하지만, 같은 단어의 중국어 발음인 ‘딤섬’은 음식물의 한 종류다. ‘마음에 점을 찍음’이라는 뜻의 이 이름을 한국인들은 먹은 듯 만 듯 적게 먹는 음식 차림에 붙였고, 중국인들은 한 입 거리도 안 되도록 작게 만든 음식물에 붙였다.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인간의 생활리듬은 천체의 운행리듬에 종속되었다. 낮이 긴 계절에는 일하는 시간도 길었고, 밤이 긴 계절에는 잠자는 시간도 길었다. 계절에 따라 노동 시간과 강도가 다른데 먹는 분량과 빈도가 같을 수는 없었다. 농사일이 한창 바쁠 때에는 하루 다섯 끼니도 먹었으나, 그렇지 않을 때에는 아침과 저녁만 먹고 낮 끼니는 마음에 점을 찍는 정도로 때웠다.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그 점심조차 건너뛰는 게 보통이었다.
인간도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적게 먹고 적게 움직이는 것이 겨울나는 방법이었다. 겨울은 새끼 꼬기나 가마니 짜기처럼 힘 덜 드는 노동을 하고, 토끼몰이나 꿩 사냥처럼 음식거리를 구하는 놀이를 하는 계절이었다. 동지부터 정월 대보름까지는 가급적 안 움직이는 것이 생활의 지혜였다. 이 기간에 아이들이 썰매 타느라 공연히 기운 빼고 와서 배고프다고 하는 건 꾸지람 들어 싼 일이었다.
굶주린 농민들이 전국에서 봉기했고, 이 땅에서 청나라와 일본이 전쟁을 벌였으며, 정부가 이런저런 개혁조치들을 쏟아냈던 1894년의 12월, 고종은 서울 거주 외국인들을 경복궁으로 초청해 향원정 연못에서 스케이팅 파티를 열었다. 아마도 한강이나 청계천 등지에서 외국인들이 신발 바닥에 강철 날을 달고 얼음 위를 미끄러져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1912년에는 용산에, 1915년에는 부산에 각각 스케이트장이 생겼고, 1923년부터는 대동강, 압록강, 한강 등 각지에서 빙상대회가 열렸다.
인류가 신발 바닥에 동물 뼈 등을 묶고 눈이나 얼음 위를 미끄러져 다닌 것은 태곳적부터의 일이나, 이를 놀이로 즐기기 시작한 것은 18세기부터였다. 현대인은 겨울에도 기운 빼며 노는 사람들이며, 스케이트는 현대의 겨울 놀이를 대표하는 물건이다.
- 전우용_ 역사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