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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강은교"의 “너를 사랑한다” 입니다

오늘의 시(詩)

by hitouch 2022. 9. 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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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9월28일 오늘의 시는 "강은교"의 “너를 사랑한다” 입니다.

 

너를 사랑한다 

                     강은교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기 쭈그리고 앉아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그땐 몰랐다
사과의 뺨이 저렇게 빨간 것은
바람의 허벅지를 만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꽃 속에 꽃이 있는 줄을 몰랐다
일몰의 새떼들, 일출의 목덜미를 핥고 있는 줄을 몰랐다

꽃 밖에 꽃이 있는 줄 알았다
일출의 눈초리는 일몰의 눈초리를 흘기고 있는 줄 알았다
시계 속에 시간이 있는 줄 알았다
희망 속에 희망이 있는 줄 알았다

아, 그때는 그걸 몰랐다
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
절망의 방에서 나간 희망의 어깻살은
한없이 통통하다는 것을

너를 사랑한다

 

[ACRANX 아크랑스]

Liszt_ Liebestraum No. 3 in A-Flat Major, S. 541/3

http://www.youtube.com/watch?v=CSVyDfJST1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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