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10월17일 오늘의 시는 "문정희"의 “지는 꽃을 위하여” 입니다.
지는 꽃을 위하여
문정희
잘 가거라, 이 가을날
우리에게 더 이상 잃어버릴 게 무어람
아무것도 있고 아무것도 없다
가진 것 다 버리고 집 떠나
고승이 되었다가
고승마저 버린 사람도 있느니
가을꽃 소슬히 땅에 떨어지는
쓸쓸한 사랑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른 봄 파릇한 새 옷
하루하루 황금 옷으로 만들었다가
그조차도 홀홀 벗어버리고
초목들도 해탈을 하는
이 숭고한 가을날
잘 가거라, 나 떠나고
빈 들에 선 너는
그대로 한 그루 고승이구나
[ACRANX 아크랑스]
Barber_ Adagio for Strings, Op.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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