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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오래 만진 슬픔” 입니다

오늘의 시(詩)

by hitouch 2024. 10. 2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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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10월29일 오늘의 시는 "이문재 "의 “오래 만진 슬픔” 입니다.


오래 만진 슬픔

                        이문재 

​이 슬픔은 오래 만졌다
지갑처럼 가슴에 가지고 다녀
따뜻하기까지 하다
제자리에 다 들어가 있다

이 불행 또한 오래되었다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고 있어
어떤 때에는 표정이 있는 듯하다
반짝일 때도 있다

손때가 묻으면
낯선 것들 불편한 것들도
남의 것들 멀리 있는 것들도 다 내 것
문밖에 벗어놓은 구두가 내 것이듯

갑자기 찾아온
이 고통도 오래 매만져야겠다
주머니에 넣고 손에 익을 때까지
각진 모서리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리하며 마음 안에 한자리 차지할 때까지
이 괴로움 오래 다듬어야겠다

그렇지 아니한가
우리를 힘들게 한 것들이
우리의 힘을 빠지게 한 것들이
어느덧 우리의 힘이 되지 않았는가


[ACRANX 아크랑스]

 

Satie_ Trois gymnopédies No. 3, Lent et grave

http://www.youtube.com/watch?v=YDJoZ9__w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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