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3월27일 오늘의 시는 "나희덕"의 “빚은 빛이다” 입니다.
빚은 빛이다
나희덕
아무도 따가지 않은
꽃 사과야,
너도 나처럼 빚 갚으며 살고 있구나.
햇살과 바람에 붉은 살 도로 내주며
겨우내 매달려 시들어 가는구나.
월급타서 빚 갚고
퇴직금 타서 빚 갚고
그러고도 빚이 남아 있다는게
오늘은 왠일인지 마음 놓인다.
빚도 오래 두고 갚다보면
빛이 된다는 걸
우리가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수 있는 건
빚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걸
너는 알겠지,
사과가 되지 못한 꽃사과야.
그러고도 못다 갚으면
제 마른 육신을 남겨두고 가면 되지.
저기 좀 봐, 꽃 사과야.
하늘에 빚진 새가 날아가고 있어.
언덕에 빚진 눈이
조금씩 조금씩 녹아 가고 있어.
[ACRANX 아크랑스]
Beethoven_ Piano Concerto No. 5: II. Adagio un poco mo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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