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1월31일 오늘의 시는 "김수영"의 “갈대의 집” 입니다.
갈대의 집
김수영
바람이 자고 간 곳에 갈대들이 누워 있네
간밤 내 다리를 구부리고 누운
동그란 삿자리 같은 바람의 집
아버지가 태어난 띠집 같네
팥이나 콩을 거풍하던 안마당 같네
그 밤에 폭풍을 재운 건
속이 텅 빈 갈대들이었을 거네
바람은 무시무시한 짐승 같았을 터지만
누군가 꺾이면서 간신히 허리를 껴안았을 거네
바람소리 갈대밭으로 잦아든 그날부터
갈대숲에 자리한 누옥 한 채
바람 같은 마음들을 껴안으며
향기도 수술도 없이 대를 이어
바람의 집으로 살아오는 거네
달 없는 밤, 없는 문 열고 들어가
뼛속 깊이 눕고 싶은 그 집
[ACRANX 아크랑스]
Brahms_ Clarinet Trio in A Minor, Op. 114: II. Adag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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