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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렇군요!

by hitouch 2017. 12. 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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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제도란 문자 그대로 사람 몸의 등급을 나누는 제도다. 이 제도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귀족들은 의복과 장신구를 이용해 자기 몸이 특별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신에게 선택받은 자의 존귀함은 맨몸으로도 드러나야 했다. 그들에게는 다행하게도, 절대다수 사람들의 일상이 굶주림과 고된 노동으로 채워지는 상황에서 ‘귀하신 몸’을 만드는 데에는 큰 수고가 필요하지 않았다. 잘 먹고, 적게 움직이고, 따가운 햇볕을 쬐지 않으면 되었다. 희멀건 피부의 뚱뚱한 체구가 바로 귀하신 몸이었다. 중세 유럽 농민들은 귀족들의 흰 피부 밑으로 비치는 푸른 핏줄이 ‘귀족의 푸른 피’ 때문인 줄로 알았다. 신분제 시대에는 귀족의 몸이 좋은 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50년대까지는 뚱뚱한 몸이 좋은 몸이었다. 이 무렵까지 신문 지면에는 비쩍 마른 몸을 뚱뚱한 몸으로 바꿔준다고 선전하는 약 광고가 자주 실렸다. 1925년께부터는 우량아 선발대회가 열렸는데, ‘우량한 아기 몸’의 기준은 몸무게, 키, 가슴둘레, 머리둘레 순이었다. 외국 선교단체의 선교활동으로 시작된 우량아 선발대회는 분유회사의 판촉 활동으로 바뀌어 1980년대 초까지 계속되었다. 

땡볕 아래에서 일하는 농민보다 실내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많아지고, 필요한 만큼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뚱뚱한 몸은 ‘존귀한 몸’이라는 옛 지위를 잃었다. 몸을 대하는 관점의 변화는 유럽과 미국에서 먼저 일어났고, 영화와 잡지 사진 등을 통해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우리나라에 ‘다이어트’라는 단어가 소개된 것은 1960년대 말이었다. 

본래 ‘먹는 것을 줄이다’라는 뜻인 다이어트는 1970년대 말부터 ‘살을 빼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었으며, 이때부터 ‘마른 몸으로 만들어준다’고 선전하는 다이어트 식품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오늘날 좋은 몸이란 ‘할리우드 영화배우’들의 몸이다. 현대인들은 그런 몸을 갖기 위해 먹어야 할 것을 안 먹고 먹지 않아도 될 것을 먹는 고통을 감수한다. 

- 전우용_ 역사학자 - 


[ACRANX 아크랑스]

Mozart_ Sinfonia Concertante - Part 2

https://www.youtube.com/watch?v=BFTVZ0AVgM8&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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