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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렇군요!

by hitouch 2017. 12. 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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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흙, 물, 불, 돌, 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물질세계 안에 살면서 신, 사랑, 행복, 정의 등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것들로 구성된 관념의 세계를 창조했다. 그러고는 두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들 모두에 이름을 붙이고 그 형상과 동작을 묘사하는 ‘단어’들을 만들었다.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동의 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없지만, 단어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함께 지켜야 할 약속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약속에 대한 태도는 사람마다 사안마다 제각각이다. 누구에게나 이름 모르는 것이 있고, 이름만 아는 것도 있다.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일단 사전을 뒤져보면 된다.


자기네 세상에서 통용되는 모든 단어들을 모아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고 각각의 뜻을 설명한 책이 사전(辭典), 자기네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의 이름을 모아 같은 방식으로 만든 책이 사전(事典)이다. 이름 없는 것은 ‘없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둘의 차이는 보통 묵살된다.


사전의 역사는 법전이나 경전의 역사보다 짧다. 표의문자를 사용하는 중국에는 먼 옛날에도 자전(字典)이 있었으나, 단어들을 모은 사전이 나온 것은 인간 사이의 교류가 범지구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앎의 영역이 갑작스레 확장된 뒤였다. 글을 배운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들을 모아 정의한 최초의 사전은 1730년 베일리가 펴낸 <딕티오나리움 브리탄니쿰>(Dictionarium Britannicum)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말을 일본어로 설명한 <조선어사전>이 1920년에 나왔으며, 우리말을 우리말로 설명한 사전은 1938년에 간행된 문세영의 <조선어사전>이 최초다.


만물 만사에 이름이 있기에, 사전의 두께가 곧 세계의 크기다. 교류와 발명의 시대인 현대는 사전이 계속 두꺼워지는 시대다. 그러나 현대인의 세계가 그만큼 넓고 다채로워졌는지는 의문이다. 그들은 스마트폰이나 모바일앱 같은 단어를 새로 배우는 대신 꽃, 풀, 새 등의 이름은 대부분 잊어버렸다.


- 전우용_ 역사학자 -



[ACRANX 아크랑스]


Simon And Garfunkel_ The Sound Of Silence

https://www.youtube.com/watch?v=--DbgPXwL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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