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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아하, 그렇군요!

by hitouch 2018. 3. 1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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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 

1970년대 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화영화 <마징가 Z>의 주제가 첫 소절이다. 이 인조인간 로봇이 정말 무쇠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결코 천하장사일 수는 없었을 터이다. 서울 금호동의 옛 지명은 수철리계(水鐵里契)였는데, 가마솥 등을 제조하는 대장간이 있어 붙은 이름이다. 수철(水鐵)을 순우리말로 풀면 물쇠이니, 즉 무른 쇠다. 차력사의 주먹 한 방에도 깨지는 것이 무쇠 솥뚜껑이다. 

무쇠보다 단단한 쇠가 강철이다. 탄소의 함유량이 1.5% 이하이며 급랭에 의해 제조된 철과 탄소의 합금을 강철이라 하는데, 기원전 1500년께 동부 아프리카에서 처음 생산되었다고 한다. 강철은 무쇠보다 제조 과정이 복잡해서 값이 비쌌기 때문에 주로 무기를 만드는 데에 사용되었다. 강철을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1855년 영국의 헨리 베서머가 ‘베서머 제강법’을 발명한 뒤이다. 이 제강법의 핵심은 용해된 무쇠에 공기를 불어넣어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인데, 1860년 영국 셰필드에 있는 베서머 소유 제강공장에서 이 방법으로 처음 강철을 생산했다. 

베서머가 새로운 제강법을 연구한 목적은 성능 좋은 대포를 만드는 데에 있었다. 다른 영역에서는 뒤떨어져도 무기의 성능에서만은 뒤떨어지지 않으려 드는 게 국가주의와 제국주의의 생리다. 이 제강법은 곧 전세계로 확산되었고 얼마 안 되어 미국의 카네기사와 독일의 크루프사가 세계 제강업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생산량이 폭증한 강철은 대포뿐 아니라 철도 레일, 고층빌딩 철근과 철골 등으로 널리 사용되면서 인공 환경을 뒤덮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899년 서울 전차와 경인철도를 부설하면서 카네기사의 강철 레일을 수입해 깔았고 1901년에 착공한 덕수궁 석조전에도 철근이 사용되었다. 1917년에는 황해도 겸이포(현 황해북도 송림시)에 겸이포제철소가 준공되어 강철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했다. 

강철은 현대의 물질세계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이며, 한국은 세계 유수의 강철 생산국이기도 하다. 생활공간 곳곳에 강철제 물건들이 널려 있어서인지, 개인으로나 국가로나 강경(强硬)만이 능사인 줄 아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 전우용_ 역사학자 - 



[ACRANX 아크랑스]


Stive Morgan_ Spirit of the earth

https://www.youtube.com/watch?v=bOhW49Wgg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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