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기르기
웃음 기르기 김중일 내 얼굴에 누가 강아지 한 마리를 풀어놓았다. 누가 유기하고 간 웃음과 함께 살게 되었다. 내가 늘 실패하는 일, 웃음을 잘 기르기. 윤기 나는 길고 찰랑이는 머리카락으로 뒤덮인 얼굴에 사는 웃음을 외롭지 않게 잘 돌보기. 밥 제때 주기 산책시키기 주름이라는 털을 덥수룩이 매달고 표정 곳곳을 물고 헤집다가 얼굴 한쪽에 웅크려 곤히 자고 있는 웃음. 내 곁을 파고들어 낮은 숨을 쌕쌕거리며 자고 있는 가랑가랑한 눈을 가랑거리는 입 대신 벌려 눈물을 핥고 눈물을 삼켜 목숨을 연명하는 웃음. 얼굴이라는 우리 속에, 누가 유기하고 간 웃음은 거친 야생 짐승처럼 자랐다. 태곳적 지구에 떨어진 눈물들이 지금은 고래가 되어 바다 깊이 떨어져 내리듯. 기억의 젖꼭지를 빠는 작고 가여운 강아지처럼 버려..
오늘의 시(詩)
2017. 9. 3.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