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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사는일” 입니다

오늘의 시(詩)

by hitouch 2018. 11. 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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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11월18일 오늘의 시는 “나태주”의 “사는일”입니다.  

 

 

사는 일 
 
                            나태주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ACRANX 아크랑스]

 

E. De Curtis_ Torna a surriento
http://www.youtube.com/watch?v=RS57L7ntA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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