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4월16일 오늘의 시는 "오규원"의 “비가 와도 젖은 자는” 입니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오규원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 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 번 멈추었었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강은 젖지 않는다
오늘도 나를 젖게 해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 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
강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에 걸린 여름의
옷 한 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고기들은 강을 거슬러 올라
하늘이 닿는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 사랑, 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ACRANX 아크랑스]
Beethoven_ Piano Concerto No.1 in C Major, Op. 15: II.Lar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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