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6월20일 오늘의 시는 "쉼보르스카"의 “단어를 찾아서” 입니다.
단어를 찾아서
쉼보르스카
솟구치는 말들을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의 생생함으로
사전에서 훔쳐 일상적인 단어를 골랐다.
열심히 고민하고, 따져보고, 헤아려보지만
그 어느 것도 적절치 못하다.
가장 용감한 단어는 여전히 비겁하고,
가장 천박한 단어는 너무나 거룩하다.
가장 잔인한 단어는 지극히 자비롭고,
가장 적대적인 단어는 퍽이나 온건하다.
그 단어는 화산 같아야 한다.
격렬하게 솟구쳐 힘차게 분출되어야 한다.
무서운 신의 분노처럼.
피 끓는 증오처럼.
나는 바란다. 그것이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기를.
피로 흥건하게 물든 고문실 벽처럼
네 안에 무덤들이 똬리를 틀지언정,
나는 정확하게, 분명하게 기술하고 싶다.
그들이 누구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금 내가 듣고 쓰는 것, 그것으로 충분치 않다.
터무니없이 미약하다.
우리가 내뱉는 말에는 힘이 없다.
그 어떤 소리도 하찮은 신음에 불과하다.
온 힘을 다해 찾는다.
적절한 단어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찾을 수 없다.
도무지 찾을 수 없다.
[ACRANX 아크랑스]
Debussy_ 6 Épigraphes antiques, L. 131: No. 1, Pour invoquer Pan, dieu du vent d'ét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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