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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기억의 자리” 입니다

오늘의 시(詩)

by hitouch 2018. 12. 1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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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12월15일 오늘의 시는 "나희덕"의 “기억의 자리” 입니다. 

 

 

기억의 자리

 

                            나희덕

 

어렵게 멀어져 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 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 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 하여
수많은 내 몸들이 피었다 진다
시든 꽃잎이 그만
피어나는 꽃잎 위로 떨어져내린다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 빨리, 
기억의 자리마다
발이 멈추어 선 줄도 모르고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

 

[ACRANX 아크랑스]

 

Dvořák_ Romantic Pieces(Renaud Capuçon & Khatia Buniatishvili)
www.youtube.com/watch?v=qNW-B8TWA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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