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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귓속의 하루” 입니다

오늘의 시(詩)

by hitouch 2025. 5. 1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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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5월16일 오늘의 시는 "윤예영"의 “귓속의 하루” 입니다.


귓속의 하루 

                  윤예영

달팽이관에 앉아 느릿느릿 귀 기울입니다

수챗구멍으로 떨어지는 물소리
변기에 흐르는 물소리
그리고 세상 끝으로 떨어지는 이과수폭포

비가 옵니다
세상은 무한팽창 우주처럼
혹은 이스트를 넣은 봄처럼 부풀어오르고
오늘도 반가운 귀울림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언저리에도 닿지 못한 멋쩍은 부름들,
그런 것들은 죄다 파도에 밀려 돌아옵니다
바스락거리며 부서집니다
부서진 이름들을 하나씩 쓰다듬어봅니다

달팽이관에 앉아
몸을 말아봅니다
느릿느릿 곱아드는 것은
깊숙이 뿌리내리는 일입니다
그건 사실
사막을 그리는 바다가
불 속에 작은 손을 담그는 일입니다

저기 세상 끝의 커다란 구멍으로
큰 바다가 떨어집니다.


[ACRANX 아크랑스]

 

Puccini_ La Boheme: Quando M'en Vo (Musetta's Waltz)

http://www.youtube.com/watch?v=Bmi-_oT2kF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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