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2월9일 오늘의 시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공짜는 없다” 입니다.
공짜는 없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공짜는 없다, 모든 것은 다 빌려온 것이다.
내 목소리는 내 귀에게 커다란 빚을 졌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한 대가로
스스로를 고스란히 내놓아야 하며,
인생에 대한 대가로 인생을 바쳐야 한다.
자, 여기 모든 것이 미리 준비되어 있다.
심장은 반납 예정이고,
간도 돌려주기로 되어 있다.
물론 개별적인 손가락과 발가락도 마찬가지.
계약서를 찢어버리기엔 이미 늦었다.
내가 진 빚들은 전부 깨끗이 청산될 예정.
내 털을 깎고, 내 가죽을 벗겨서라도.
나는 채무자들로 북적대는
세상 속을 조용히 걸어 다닌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날개에 대한 부채를 갚으라는
압박에 시달리는 중.
또 다른 이들은 싫든 좋든 어쩔 수 없이
나뭇잎 하나하나마다 셈을 치르는 중.
우리 안의 세포 조직은
송두리째 채권자의 손으로 넘어가버렸다.
솜털 하나, 줄기 하나도
영원히 간직할 순 없는 법.
명부의 기록은 모두 다 정확하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는 빈털털이 정도가 아니라
완전한 무(無)의 상태로 남겨질 예정이다.
나는 기억할 수 없다.
언제, 어디서, 무엇 때문에
내 이름이 적혀 있는 이 복잡한 청구서를
스스로 펼쳐 보게 되었는지.
이 거래에 반대하는 지급 거절 증서를
우리는 ‘영혼’이라 부른다.
이것은 명부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유일한 항목이기도 하다.
[ACRANX 아크랑스]
Schubert_ Piano Sonata in A Major D. 664, II. And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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