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슬픔은 우리 몸에서 무슨 일을 할까

오늘의 시(詩)

by hitouch 2018. 4. 1. 00:16

본문

슬픔은 우리 몸에서 무슨 일을 할까 


                                                       김경주 


물고기는 물을 

흘러가게 하고 


구름은 하늘을 

흘러가게 하고 


꽃은 

바람을 흘러가게 한다 


하지만 

슬픔은 

내 몸에서 무슨 일을 하는 걸까? 


그 일을 오래 슬퍼하다 보니 


물고기는 침을 흘리며 

구름으로 흘러가고 


햇볕은 살이 부서져 

바람에 기대어 떠다니고 


꽃은 하늘이 

자신을 버리게 내버려 두었다 


슬픔이 내 몸에서 하는 일은 

슬픔을 지나가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 


자신을 지나가기 위해 

슬픔은 내 몸을 잠시 빌려 산다 


어린 물고기 몇 내 몸을 지나가고 

구름과 하늘과 꽃이 몸을 지나갈 때마다 


무언가 슬펐던 이유다 

슬픔은 내 몸속에서 가장 많이 슬펐다



[ACRANX 아크랑스]


Borodin_ Quartet No. 2 in D major for Strings, III. Notturno: Andante

https://www.youtube.com/watch?v=RKsCxvT8e8Y

'오늘의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0) 2018.04.04
사월의 노래  (0) 2018.04.02
봄은 꽃뱀  (0) 2018.03.27
봄 강가에 와서  (0) 2018.03.26
눈부신 세상  (0) 2018.03.24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