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오늘의 시(詩)

by hitouch 2018. 4. 4. 08:44

본문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ACRANX 아크랑스]


Liszt_ Reminiscences de Don Juan

https://www.youtube.com/watch?v=31nHcqh5gKM

'오늘의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날 1  (0) 2018.04.08
부치지 못할 편지  (0) 2018.04.07
사월의 노래  (0) 2018.04.02
슬픔은 우리 몸에서 무슨 일을 할까  (0) 2018.04.01
봄은 꽃뱀  (0) 2018.03.2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