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빈 의자” 입니다
[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8월9일 오늘의 시는 "나희덕"의 “빈 의자” 입니다. 빈 의자 나희덕 나는 침묵의 곁을 지나치곤 했다 노인은 늘 길가 낡은 의자에 앉아 안경 너머로 무언가 응시하고 있었는데 한편으론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은 듯했다 이따금 새들이 내려와 침묵의 모서리를 쪼다가 날아갈 뿐이었다 움직이는 걸 한번도 볼 수 없었지만 그의 몸 절반에는 아직 피가 돌고 있을 것이다 축 늘어뜨린 왼손보다 무릎을 짚고 있는 오른손이 그걸 말해준다 손 위에 번져가는 검버섯을 지켜보듯이 그대로 검버섯으로 세상 구석에 피어난 듯이 자리를 지키며 앉아 있다는 일만이 그가 살아 있다는 필사적인 증거였다 어느 날 그 침묵이 텅 비워진 자리, 세월이 그의 몸을 빠져나간 후 웅덩이처럼 고여 있..
오늘의 시(詩)
2023. 8. 9.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