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시계
진시황이 동남동녀 500명을 뽑아 불로초를 구해 오게 한 것은 시간에 저항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는 실패했다. 시간은 천체 운행의 리듬 자체였고, 어떤 권력도 감히 맞설 수 없는 신성한 실체였다. 권력은 시간을 측정함으로써 신과 소통하고, 시간을 관리함으로써 신을 대행하는 역할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시계는 권력자가 신의 대행자임을 보증하는 신성한 물건이었다. 그래서 시각을 알리는 권리도 왕궁과 신전만 가질 수 있었다. 시계에서 신성이 빠져나가고 물질성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이른바 ‘대항해시대’부터였다. 항해하는 배 안에서 밤하늘의 별자리를 관찰하여 시간을 측정하는 건 별 의미가 없었다. 정밀한 기계식 시계는 바다를 정복하기 위한 무기였고, 바다를 정복한 자가 시간도 지배했다. ..
사설 칼럼
2018. 4. 23. 1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