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기르기
김중일
내 얼굴에 누가 강아지 한 마리를 풀어놓았다.
누가 유기하고 간 웃음과 함께 살게 되었다.
내가 늘 실패하는 일, 웃음을 잘 기르기.
윤기 나는 길고 찰랑이는 머리카락으로 뒤덮인
얼굴에 사는 웃음을 외롭지 않게 잘 돌보기.
밥 제때 주기 산책시키기
주름이라는 털을 덥수룩이 매달고 표정 곳곳을 물고 헤집다가
얼굴 한쪽에 웅크려 곤히 자고 있는 웃음.
내 곁을 파고들어 낮은 숨을 쌕쌕거리며 자고 있는
가랑가랑한 눈을 가랑거리는 입 대신 벌려
눈물을 핥고 눈물을 삼켜 목숨을 연명하는 웃음.
얼굴이라는 우리 속에, 누가 유기하고 간 웃음은
거친 야생 짐승처럼 자랐다.
태곳적 지구에 떨어진 눈물들이
지금은 고래가 되어 바다 깊이 떨어져 내리듯.
기억의 젖꼭지를 빠는
작고 가여운 강아지처럼 버려져
벼락을 단숨에 잡아 삼키는 불곰처럼
내 얼굴로 첨벙 뛰어드는 웃음.
내 얼굴을 죄다 물어뜯는 웃음.
누가 내 혀를 잡고 지퍼처럼 쭈욱 발끝까지 내리자
동면에 들려 누운 불면의 불곰 한 마리가
두 손 들고 껄껄 꺽꺽 우는 듯 웃으며 기어나왔다.
도화선 같은 꼬리에 불을 댕긴 채.
[ACRANX 아크랑스]
Kamelia_ Stand by me (Ben E. King c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