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ANX 탄생화 이야기]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6월23일 오늘의 탄생화는 “접시꽃(Holly Hock)”입니다.
(꽃말: 열렬한 연애)
접시꽃 당신
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어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접시꽃(Holly Hock)은 아욱과(Malvaceae)의 중국 원산인 두해살이풀이다.
접시꽃은 꽃모양이 접시처럼 납작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접시꽃의 학명 중 속명인 알타에아(Althaea)는
그리스어로 "치료시킨다"는 뜻을 가진 알타이노(althaino)에서 유래되었다.
사람 키보다 조금 큰 3m까지 자란다.
줄기가 위로 곧게 솟고, 털이 나 있다.
잎은 어긋나고, 손바닥 모양이다.
초여름이 되면 붉은색, 분홍색, 흰색의 커다란 꽃이 피며
아래쪽에 있는 꽃이 먼저 피어 점점 위쪽의 꽃도 피어 나간다.
꽃에 점액이 있다.
꽃잎은 다섯장이고 기왓장처럼 겹쳐 있다.
여름이 다 지나갈 무렵, 접시 모양의 열매가 맺힌다.
서울지방에서는 어숭어,
평안도에서는 둑두화 또는 떡두화 삼남지방에서는 접시꽃이라 부른다.
속명으로 촉계화, 설기화, 마간화, 과목화, 대근화, 기단화, 단오금, 촉규근, 덕두화라고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꽃을 촉규화(蜀葵花), 그 중에서도 흰 꽃은 백규화(白葵花), 붉은 꽃은
적규화(赤葵花)라고 부르며, 뿌리는 촉규근(蜀葵根), 씨앗은 촉규자(蜀葵子)라고 부른다.
알타에아 속의 식물 중 약초가 있기 때문이다.
접시꽃의 뿌리는 촉규근이라 하여 위장병에 쓰이고, 꽃은 호흡기질환에 삶아 먹는다.
[ACRANX 아크랑스]
Natascha Wright_ Woman In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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