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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미안하다” 입니다

오늘의 시(詩)

by hitouch 2025. 3. 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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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3월7일 오늘의 시는 "김재진"의 “미안하다” 입니다.


미안하다

              김재진

​미안하다 아들아, 오래 누워 있어서.
얼른 가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나.

바깥엔 몇 번이나 계절이 지나가고
알아듣기 힘든 발음으로 어머니는
입술을 움직인다.

봄이 와도 미안하구나. 
​가을이 와도 미안하구나.

계절 바뀌는 것도 송구하다며
안 가고 오래 살아 죄인 같다며

떨어지는 꽃잎처럼 물기 다 빠진
입술 달싹거려 사죄한다. 

어머니 가시던 날,
내리던 비 그치고

화장터 가는 차 속에서
바깥을 내다보며

꽃에게 미안하다.
풀에게 미안하다.

미안하다.
산다는 건 알고 보니
미안한 일이구나 


[ACRANX 아크랑스]

 

Beethoven_ Emperor Concerto_ II. Adagio un poco mosso in B major

http://www.youtube.com/watch?v=0KRSx1lpjT8&t=14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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