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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모래를 쌓다” 입니다

오늘의 시(詩)

by hitouch 2024. 2. 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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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2월27일 오늘의 시는 "나호열"의 “모래를 쌓다” 입니다.


모래를 쌓다 

               나호열

길지 않은 생을
모래만 푸다 말 것 같다

모래를 푸다 배운 것은
모래가 되기도 쉽지 않다는 것과
모래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은
공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하염없이 모래를 푸고 나르는 일이
빛나는 일은 아니지만
하염없이 그 누군가의 몸속에 들어가서
튼튼한 기둥, 그 기둥 속에 숨은
내력이 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모래는 기쁘게 자기 몸을 던진다
자기 마음을 숨긴다

모래를 푸고 나르고 쌓는 일도
경전을 짓는 일이다


[ACRANX 아크랑스]

 

Carl Stamitz_ Clarinet Concerto no. 3 2nd mov. Romanza

http://www.youtube.com/watch?v=kZtpbaS8Qv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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