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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능금” 입니다

오늘의 시(詩)

by hitouch 2023. 6. 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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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6월12일 오늘의 시는 "김춘수"의 “능금” 입니다.

 


능금

       김춘수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서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의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운을 새긴다.


이미 가 버린 그날과
아직 오지 않은 그날에 머문
이 아쉬운 자리에는
시시각각의 그의 충실(充實)만이
익어 간다.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가을이 그에게
한결같은 애무(愛撫)의 눈짓을 보낸다.


놓칠 듯 놓칠 듯 숨 가쁘게
그의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면은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
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ACRANX 아크랑스]

 

Jean Sibelius_ Five Pieces for Piano, Op. 75: Granen, No. 5

http://www.youtube.com/watch?v=BmIldlNl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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