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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정호승"의 “까닭” 입니다

어록

by hitouch 2022. 8. 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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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8월30일 오늘의 시는 "정호승"의 “까닭” 입니다.

 

까닭

     정호승

내가 아직 한 포기 풀잎으로 태어나서
풀잎으로 사는 것은
아침마다 이슬을 맞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짓가랑이를 적시며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견디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 한 송이 눈송이로 태어나서
밤새껏 함박눈으로 내리는 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싸리빗자루로 눈길을 쓰시는
어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눈물도 없이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고이 남기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도 쓸쓸히 노래 한 소절로 태어나서
밤마다 아리랑을 부르며 별을 바라보는 것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를 사랑하기엔
내 인생이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

 

[ACRANC 아크랑스]

 

Galuppi_ Piano Sonata No. 9 in F Minor: I. Andante spiritoso

http://www.youtube.com/watch?v=8vX1oKQ7D5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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