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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가을에는” 입니다.

오늘의 시(詩)

by hitouch 2018. 11. 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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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11월22일 오늘의 시는 “최영미”의 “가을에는” 입니다. 

 

 

가을에는

 

                               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
유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 하늘처럼
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
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
사랑이 아니더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ACRANX 아크랑스]

 

Bach_ Sonata II BWV 1003, Fuga
http://www.youtube.com/watch?v=olW6-jhSg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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