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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사설 칼럼

by hitouch 2018. 6. 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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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음식을 익혀 먹는 유일한 동물이다. 요리라는 행위는 인류가 불을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낸 170만년 전부터 시작됐다. 익힌 음식은 맛있고 소화가 잘되었으며, 안전했다. 음식을 익히는 과정은 기생충, 세균, 바이러스 등을 소멸시키는 과정이기도 했다. 익힌 음식 덕분에 인간의 수명은 훨씬 더 길어졌다. 요리의 유일한 단점은, 식재료를 구한 뒤 입에 넣을 때까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인류는 요리 과정을 생략하고 익힌 음식을 먹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개발했다. 특히 군인, 상인, 여행자 등 이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요리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음식은 맛이 없었고 무엇보다 따뜻함에 익숙해진 위장과 어울리지 않았다. 찬 음식은 마지못해 먹는 음식이었다. 우리말에서 ‘찬밥’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존재와 동의어다.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따뜻한 음식은 군용으로 먼저 개발되었으나, 민간 대상 상업용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라면이다. 1870년께, 요코하마 등 일본 개항장에 들어온 중국인들이 노점에서 라미엔(拉麵)이라는 음식을 팔기 시작했다. 일본인들은 이를 ‘지나(支那)소바’ 또는 ‘남경(南京)소바’라고 불렀다. 1958년, 일본인 사업가 안도 모모후쿠는 기름에 튀겨 말린 밀가루 국수에 ‘닛신(日淸) 치킨 라멘’이라는 이름을 붙여 출시했다. 그는 제품의 이름에 일본과 중국의 퓨전 음식이라는 사실을 밝혔으나, 그 사실을 인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일본과 국교를 수립하기 전인 1963년, 한국의 삼양식품이 일본 묘조푸드사로부터 기술을 배워 삼양라면을 출시했다. 미국산 원조 밀가루는 비교적 풍부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싼값에 공급할 수 있었으나, 초기의 매출은 기대 이하였다. 한국에서 라면 매출이 급신장한 것은 ‘스프’에 고춧가루가 들어간 1960년대 중반 이후였다.


현재 한국인의 1인당 라면 소비량은 연평균 69개로서, 압도적 세계 1위이다. 한국인이 처음 배우는 조리법도 ‘라면 끓이기’이다. 라면은 이른바 ‘인스턴트식품’ 시대를 열었다. 한국인들이 ‘당장’이나 ‘빨리’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것도, 라면을 많이 먹기 때문인지 모를 일이다.


- 전우용_ 역사학자 -



[ACRANX 아크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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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ne57iwBIn1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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