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詩)

인연설

hitouch 2018. 6. 17. 00:15

인연설  

                                       한용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작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함께 영원할 수 없음을 슬퍼말고 
잠시라도 함께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치 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나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려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 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ACRANX 아크랑스]

Pietro Mascagni_ Cavalleria Rusticana (Intermez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