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詩)

오늘의 시 “버팀목에 대하여” 입니다

hitouch 2025. 6. 1. 00:10

[ACRANX 오늘의 시]
"오늘 하루는 선물입니다"
6월1일 오늘의 시는 "복효근"의 “버팀목에 대하여” 입니다.


버팀목에 대하여 

                         복효근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바람이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하여
나는 싹틔우고 꽃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ACRANX 아크랑스]

 

Händel_ Water Music Suite No. 1 in F Major, HWV 348: II. Adagio e staccato

http://www.youtube.com/watch?v=k8B1a1n2s_I